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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회게시판

제목

2009.11.21. 동계학술회의 <동서고금의 좋은 삶과 정치> 후기 - 오수웅

작성자
관리자
작성일
2009.11.26
첨부파일0
조회수
987
내용
회원 여러분께

그동안 안녕하신지요?
교정의 낙엽도 다 지고, 한 해가 저무는 계절입니다.

지난 토요일, 국회프로젝트 발표회의 일환으로 열린 동계학술회의는 성황리에 마쳤습니다.
학술회의의 주제인 <동서고금의 좋은 삶과 정치>에 걸맞게 좋은 말이 풍성했던 학술회의였습니다.

저는 가끔 저희 학회에서 일어나는 일이 이해가 잘 안 갑니다.
요즘 학회는 참석하는 사람이 없어서 걱정입니다.
학술회의 가보면, 사회자, 발표자, 토론자 이렇게 앉아서 하고 있는 경우가 많거든요.
그런데 저희 학회는 무슨 일인지 늘 사람이 많습니다.
금번 학술회의에도 60여분 이상이 오셨습니다.
무슨 특별한 밥이 있는 것도 아니고, 술이 있는 것도 아닌데....
금번 학회도 오전 10시부터 저녁 8시까지,
그야말로 자리를 꽉 채우면서,
초롱초롱한 눈들을 하고,
열심히 듣고, 토론하고, 진지하게 공부했습니다.
아무래도 한국정치사상 학계에 뭔가 큰 일이 날 거 같군요. ^^*
저는 새벽부터 이사회하고 힘들어서, 맨 앞자리에 앉아 많이 졸았습니다.

금번 학술회의에는 신복룡 선생님께서 발표자로 참여하셨습니다.
식을 줄 모르는 선생님의 연구열에 새삼 존경의 념을 표합니다.

학술회의를 꼼꼼히 준비해 주시고, 발표까지 하신
외대의 김용민, 오수웅 선생님께 재삼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백승현 선생님(경희대)께 감사드립니다.
이날 오전 첫 회의 사회를 보시고, 회원들 전체의 점심 식사비까지 지불해주셨습니다.
사회비도 못드렸는데, 학회에 도움까지 주시니 소생, 감읍할 따름입니다. ㅠㅠ

발표, 토론, 사회, 참관 모두가 빛나는 학술회의였습니다.
아무쪼록 우리 학회가 이런 기풍을 이어가기를 바랄 뿐입니다.

이번 학술회의 후기는 외대 오수웅 박사님이 써 주셨습니다.
수고하셨습니다.

그럼, 12월에는 서평모임 때 뵙겠습니다.

일시: 12월 19일 (토) 오후 3:00-6:00
장소: 경희대학교

그리고 동계세미나 여행이 1월 14일(목)-16일(토), 목포로 예정되어 있사오니,
다른 약속 하지 마시고, 함께 즐거운 여행을 했으면 좋겠군요.

한국정치사상학회


===================<11월 학술회의 후기>===============================
11월 21일 토요일.......,

동장군의 전령이 가지 않아 쌀쌀한 아침이었습니다. 이미 8시에 모여 회기역 근처 식당에서 이사회를 마치고 선생님들께서 외대 앞에 도착해있다는 전화를 받았을 때, 저는 편의점에서 다과상을 차리기 위한 물품을 구입하면서 초조해하고 있었습니다. 회의 장소 안내문을 출력하여 학교 안 곳곳에 붙여야 했는데 시간이 부족했기 때문이었습니다. 최순영 박사님의 도움을 받아 소소한 비품들을 장만하여 회의장으로 오니 몇몇의 선생님들께서 단상을 준비해주시는 수고를 해 주셨고, 마이크와 명패가 올려지자 완벽하지는 않지만 그럭저럭 구색을 갖추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김용민 교수님의 기조발제와 함께 본격적인 회의가 시작되었습니다.


이사회에 참석하신 선생님들께는 약 12시간, 오전 세션부터 참여하신 선생님들께는 약 10시간에 해당하는 긴 회의가 끝난 것은 오후 6시 30분을 훌쩍 넘긴 ‘저녁’ 8시경이었습니다. 점점 더 길어지는 회의로 인해, 식사 장소에 점심과 저녁 각각 2번씩이나 늦는다는 기별을 보내야 했습니다. 따끈한 탕과 금방 꺼낸 생고기를 맛있게 드셨으면 하는 바람 때문이었습니다.


회의가 끝났을 때, 몇몇의 선생님들께서 정치사상학회 창설 이래 가장 역사적인 날이었다고 말씀하시는 것을 들었습니다. 평년보다 아침기온이 낮았기 때문에, 많은 선생님들께서 참석해주셨기 때문에, 그 어느 때보다 많은 발표와 토론이 있었기 때문이기도 했겠지만, 그 보다는 참석해주신 선생님들의 인내력 속에 스며있는 학구열을 확인할 수 있었기 때문일 것입니다.


중국인들은 일부러 음식을 늦게 내온다는 이야기가 떠오를 정도로 오랜 기다림과 배고픔은 그야말로 반찬이 되었던 것 같습니다. 박호성 선생님께서 오시면 찾으실 것이라는 예상에 그리고 요즘 유행도 고려하여 주문해 둔 (서울 장수)막걸리는 40인분의 삼겹살과 함께 절찬리에 매진되었고, 어느새 식탁 위 중원은 녹색 병의 위장약, 소주가 장악했습니다. 그러나 역시 화무십일홍, 곧 2차 장소를 향해 거의 대부분의 선생님들께서 이동하셨고, 거품 문 노란색의 서양 술, 맥주와 형형색색의 과일이 선생님들의 입술과 정신을 유혹했습니다. 2차에서 주문한 맥주의 cc보다 더 많은 이야기를 나누시는 것 같았습니다. 저 또한 약간의 취기와 연극을 무대로 올리고 난 뒤 장막 뒤에서 느끼는 흥분과도 같은 기분에서, 무슨 말을 했는지 기억은 잘 나지 않지만, 많은 이야기를 했다고 생각합니다. 사실 고백하자면 그랬다는 느낌이 있을 뿐입니다. 왜냐하면, 3차 자리에서 거품 없는 노란색의 서양 술, 양주 혼합주 몇 잔을 마셨기 때문입니다. 선생님들께서 나누었던 이야기들을 전해드리지 못하는 것이 안타깝습니다만 후회는 하지 않습니다. 나누었던 이야기를 일일이 기억하는 것보다 즐거웠던 느낌을 오래오래 간직하는 것이 훨씬 행복한 일일지도 모르기 때문입니다. 3차 자리를 지원해주신 김용민, 이삼성 교수님께 감사드립니다.


그런데 주류의 변화에 대해서 쓰고 나니, 어째 그 변화가 동양에서 서양으로, 자연에서 문화로 이동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에 마음이 씁쓸해졌습니다. 그러나 즐거움을 얻는 데 기여하는 사물들(things)이 변화하는 것에 맞춰 관념도 변화한다는 주장을 받아들인다면, 막걸리의 부활은 어쩌면 새로운 변화를 가져다주지 않을까 하는 묘한 기대를 하게 합니다.


후기를 쓰라는 제의를 받았을 때, 저의 글재주를 생각했더라면 ‘yes’라고 대답하지 않았을 것입니다. 약간의 술이 ‘no’라는 생각을 ‘yes’로 만들었다고 생각하니, 그리고 약간의 시간이 부족한 글재주를 족한 글재주로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하니, 앞으로는 자주 써봐야겠다는 생각도 하게 되었습니다. 만약 다음에 또 후기를 쓰게 된다면 선생님들께서 아마도 조금 더 나은 글을 읽으시게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감사합니다.


이화용 교수님께서 준비하시는 12월 경희대 모임에서 환한(?) 얼굴로 인사드리겠습니다.

항상 웃는 일만 가득하시길 빌며....


오수웅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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