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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2009.10.17. 10월 월례발표회 후기 (최순영)

작성자
관리자
작성일
2009.10.21
첨부파일0
조회수
1112
내용
우선 발표자 김석근 선생님, 토론자 한규선 선생님, 사회자 최정운 선생님 모두 이광수에 대해서는 일가견이 있으신 분들이고
세분 다 최근 학회에 뜸하셨던 분들이라서 발표자와 토론자, 사회자의 구성에 연구위원회가 그 동안 침묵을 지키고 계시던 분들은 초대한 듯한 느낌이 들었다.
그리고 2005년 ‘춘원 이광수와 민족주의’를『정치사상연구』에 발표한 고려대의 곽준혁 선생님도 자리를 함께 하였다는 점에서 오늘 열띤 토론이 벌어질 것 같은 직감이 들었다.
발표자 김석근 선생님은 이광수의 변절시비 문제를 맹목적 비판과 내재적 이해를 넘어서
정신사적 사상사적 맥락에서 내선일체 시기의 변절과 친일행위를 중심으로 살펴보고자 한다고 문제제기를 하며 발표를 시작하였다.
이광수의 변절 논란은 발표문 각주 7의 김현의 지적처럼
우리 저마다 가슴 속에 간직하고 있는 저마다의 상처라는 점에서,
1997년과 2002년 이회창씨의 대통령 선거당시 부친의 친일행위 문제,
2008년 4월 민족문제연구소와 친일인명사전 편찬위원회의 친일인명 사전 편찬을 둘러싼 논란, 박정희 대통령에 대한 평가의 문제 등,
비단 과거사의 문제가 아니라 오늘날의 현실정치와 긴밀한 관계를 갖는다는 점에서 그에 대한 적절한 평가는 중요한 문제이며, 정치적 문제이다.
그러므로 이광수의 변절 문제에 대한 학문적 정치적 판단은 중요한 문제라 할 수 있다.

훌륭한 논평자는 글래디에이터의 검투사처럼 칼을 휘둘러
발표자가 맹렬히 방어, 공격하도록 유도하는 자이라고 자신의 역할을 밝힌 한규선 선생님의 말씀 속에서
오늘의 논쟁이 치열할 것임이 예상되었고,
사회자의 자리에 몸무게가 다소 빠진 건강한 모습으로 앉아 계시는 최정운 선생님의 가슴 속에는 어떤 무기가 감춰져 있을까? 사뭇 기대되는 시작이었다.

한규선 선생님의 지적대로 이광수 저작의 70%가 논설이나 논문이며,
김 선생님의 발표문에 인용된 인용문에서 이광수 스스로도 자신의 소설은 一餘技에 지나지 않는다고 했는데도 불구하고
그를 국사학계, 문학계에 비해 정치사상의 관점에서 조명이 부족했음을 반성해야 된다는 점은 모두가 공감하는 지적이었다.
그를 일개 문사를 넘어 정치적 activist의 관점에서 해석해야 할 필요가 있다는 한 선생님의 주장이었다.
(한 선생님이 이광수에 대한 학위 논문을 발표할 때에 어떤 선생님님이 ‘자네가 국문과 출신이었던가?’라고 물은 일화는 씁쓸한 위트였다.)

논쟁은 크게 보아 김석근 선생님의 ‘트릭론’과 한규선 선생님의 ‘은폐론’으로 요약될 수 있었다.
김 선생님의 논지에 따르면 이광수가 1932년 신동아에 게재한
‘청년에게 아뢰노라’에서 변절의 유혹을 물리치고 操守를 가슴에 차라는 자신의 글과 달리 그가 변절을 했으며,
1948년 출간된 이광수의 ‘나의 고백’의 내용은 세심한 독해가 필요하지만
트릭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예를 들면 그가 ‘젊은이들의 피 값을 받으려고 피를 흘리는 나를 상상하였다’,
자신을 찾아와 말없이 절만 하고 간 학생들과
강연을 듣고 자신을 찾아온 여학생들에게
‘말 안 해도 서로 알 말도 있지. 말 하는 것은 하나마나 한 말이오’ 라는 일화를 든 건
자신의 친일행각 뒤에는 자신이 희생하여 민족을 생각하는 듯한 암시를 주는 교묘한 트릭이 있다는 주장이다.

그가 변절한 후 내선일체는 그의 이상이 되었으며,
창씨개명이 조선인의 황국신민화라는 점에서 내린 그의 긍정적 평가,
1944년 발표된 소설 ‘병사가 될 수 있다’에서 드러난 노골적인 황국신민으로서의 군입대 독려와
최남선, 김연수와 더불어 일본열도를 돌며 진행한 유학생들의 학병참여 독려,
전사 후에 혼을 쓸 데 없이 사당이나 묘가 아닌 야스쿠니 신사에 맡기자는 그의 주장은 달리 해석할 수 없는 변절의 증거라 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광수가 ‘나의 고백’에서 자신의 과오를 인정하면서도
민족을 위해서라는 수식어를 포기하지 않는 것은 트릭이다는 주장이다.
도산 안창호의 제자로서 이광수의 초기의 독립준비론으로서의 민족문화 양성론과 결합된‘민족개조론’은 ‘황민화적 개조론’으로 개조되어 완전히 다른 형태로 변질되었다고 김석근 선생님은 주장한다.

이에 대해서 한규선 선생님은
이광수의 ‘민족을 위해서’라는 수식어를 포함한 그의 글과 연설문을 보다 심층적으로 해석해야 함을
레오 스트라우스의 ‘Thoughts on Machiavelli’의 텍스트 독해를 예로 들면서 김 선생님의 주장을 반박하였다.
이광수의 텍스트는 트릭이 아닌 일본인들에 대한 민족을 위한 ‘전략적 은폐’로 볼 수 있고,
텍스트 뒤에 숨어 있는 침묵의 의미를 독해해내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그리고 그의 민족개조론은 안창호의 독립준비론의 선상에서 일관적으로 해석되어야 한다고 반박하였다.
그러한 예로서 그가 납북 당시 전향을 거부한 점을 들고 있다.
그리고 그의 변절에는 수양동우회 사건에 연루된 김동인의 형의 석방을 위한 김동인의 일제협조 권유, 정신적 지주였던 도산의 죽음 등도 변수로 작용했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리고 국가와 주권의 상실을 정치의 상실로 인식한 신채호와 달리
안창호-이광수의 독립준비론은 국가와 주권의 부재 속에서도
문화적 공간에서의 정치가 가능하다고 본다는 점에서 차이점이 있다는 지적은
식민지 조선의 정치에 대한 다양한 접근이 가능함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었다.
이광수가 최남선의 글과 비교했을 때 한글쓰기의 기초를 마련한 중요한 인물임을 잊지 말아야 함도 강조되었다.

문제는 이광수의 사상이 일관성을 갖는가 아니면 변절을 의미하는가에 있다고 할 수 있다.
즉 그의 초기의 민족개조론과 이후의 황민화적 개조론은 일관성의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는가?
아니면 일제의 문화정책의 폐지와 노골적인 군국주의 정책과 더불어 민족개조론의 가능성은 불가능해짐으로써
이광수의 황국적 개조론은 변절로서 볼 수 있는가?
하는 점의 평가가 쟁점이라 할 수 있다.
특히 당시 수동적 침묵을 지키던 지식인을 폐물화된 지식군으로 비난하며
그들의 국가관을 재교육시켜 황국신민이 되도록 하여 지식봉사, 문장봉사 해야 한다고 주장한 이광수의 주장은
그의 사상적 변절을 의미한다고 볼 수 있다고 김 선생님은 주장했다.

사회자 최정운 선생은
식민지 지식인의 심리구조를 이분법적인 충절과 변절을 넘어 다층적으로 이해할 필요가 있음을 프란츠 파농의 작품과 신채호의 ‘꿈과 하늘’ 이육사의 ‘편복(박쥐)’에 나타나는 갈등적 상황에서 고뇌하는 식민지 지식인의 모습을 통하여 재조명할 필요성을 강조하였다.

청중에서도 다양한 질문들이 제기되었다.
특히 이광수의 텍스트에 대한 스트라우스식 해석이 과연 적당한 것인지에 대한 질문이 중요한 문제였다.
그리고 정치철학의 텍스트가 아닌 연설문을 스트라우스식으로 해석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는 비판도 잇따랐다.
그리고 실제로 그의 황국군대 입대의 종용연설을 당시의 조선청년들이 과연 전략적 은폐로 인식했을까?
라는 질문도 한 선생님의 주장에 대한 반박으로 있었다.

정치적 지식인인 이광수를 비롯한 많은 정치적 문사들에 대한,
문학적, 역사학적 조명을 넘어선 정치사상적 조명의 필요성과 텍스트의 독해의 방법론에 대한 논의는
앞으로도 지속되어져야 할 정치사상학계의 과제임을 자각하게 된 의미 있는 토론장 이었다.

글래디에이터들의 치열한 설전과 청중들의 응수가 3시간 여를 넘었음에도 불구하고 계속 진행되자 황제의 최후의 전투 5분의 선언과 함께 그 날의 토론은 막을 내렸다.

치열한 전투 후에 밀려오는 시장기를 삽겹살과 소주를 곁들여가며 그날의 전투에 대한 이야기는 계속되었고,
신라의 달빠라는 하늘이 보이는 생맥주집에서 2차 자리도 삼삼오오 오붓하게 진행되었다.
오늘 사력을 다한 전투에서 기력을 다 소진한 한규선 글래디에이터께서는
오랜만에 만난 동료들과 선후배들이 반가우셔서 취하시고
오랫만에 뵙게 된 황제폐하와 김석근 선생님께서도 2차 자리를 함께 하셨다.
시간이 어느 듯 10시 20분이 지나고 각자 집으로 가시고
그래도 뭔가 허전하신 듯 회장님을 비롯한 몇 분들은 정종 한잔을 더 하자며 3차로 가셨다.
그분들의 뒷모습을 놀라운 눈으로 바라보는데
공부는 체력이다는 말이 떠오르며 글래디에이터의 모습이 눈앞을 스치고 지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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