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9월 정기학술회의>□ 주제: 신진학자 발표회 □ 일시: 2024년 9월 21일(토) 오후 3시~6시 □ 장소: 동국대학교 다향관 1층 다향관세미나실 □ 내용 사회: 박의경(전남대) 제1발표: 변성호(서울대) "혁명'의 무게: 4.19의 혁명 명명에 관한 연구” 토론: 이헌미(훗카이도대) 제2발표: 마상훈(연세대) “존 듀이의 정치 판단 이론: 정치와 진리 그리고 민주주의와 프래그머티즘” 토론: 홍철기(통일연구원) |
2024 정치사상학회 9월 정기학술회의 후기 (박진곤/ 성신여대)
유난히 길게 느껴졌던 여름이 저물면서 가을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시기에 동국대학교 다향관에서 2024년 한국정치사상학회 9월 정기학술회의가 열렸습니다. 이날 학회는 신진학자 발표회로 진행되었으며 전남대 박의경 교수님께서 사회를 맡아주셨습니다. 발표는 두 분이 진행해 주셨는데, 변성호 선생님(서울대)께서 “‘혁명’의 무게: 4.19의 혁명 명명에 관한 연구”라는 주제로, 그리고 마상훈 선생님(연세대)께서 “존 듀이의 정치 판단 이론: 정치와 진리 그리고 민주주의와 프래그머티즘”이라는 주제로 발표를 맡아주셨습니다.
우선 변성호 선생님께서는 4.19를 “한국 사회에 혁명이라는 말의 금기를 깬 사건”이라고 규정하시면서 두 개의 매우 논쟁적이고 종종 대조되는 정치적 사건인 4.19와 5.16 사이 기간(1960년 4월부터 1961년 전반기까지)에 전개되었던 ‘혁명’이라는 어휘의 역사를 추적하셨습니다. 4.19는 4월 26일 대통령 하야 이후 혁명으로 선포된 뒤 다른 개념의 등장 및 존재에도 불구하고 계속해서 혁명으로 인식되게 됩니다. 한편, 4.19에 참여하고 동조했던 대학생과 지식인은 이 사건을 혁명으로 인식하면서도 이것이 중요한 장기적인 과제를 남겨두고 있는 미완의 혁명이라는 점에 공감하고 있었습니다. 허정 과도정부와 장면 민주당 정부가 혁명 완성의 과업을 달성하지 못하는 듯한 모습을 보이며 국민에게 실망감을 안겨주던 와중에 군부 세력은 5·16쿠데타를 성공시키게 됩니다. 현재 많은 이들의 인식과는 달리 당대에 4.19를 지지했었던 대학생과 지식인은 5.16의 정당성을 상당 부분 인정하였는데, 이는 변성호 선생님에 따르면 4.19가 미완의 혁명으로 인식되고 있었던 현실에 기반하고 있었습니다. 사실 4.19는 부정선거의 시정이라는 정치적 목표뿐만 아니라 빈곤의 해결이라는 경제적 목표를 포함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지적하시면서 변성호 선생님께서는 당대의 많은 국민이 경제적 문제 해결을 위한 ‘선의의 독재’라는 유혹에 처했다고 주장하셨습니다.
두 번째로 마상훈 선생님께서는 프래그머티즘의 인식론에 대한 면밀한 분석을 통해 존 듀이의 인식론, 윤리학, 그리고 정치적, 사회적 저작을 민주주의 정치 판단 이론으로 재구성하셨습니다. 먼저 마상훈 선생님께서는 현재 다원화된 민주주의 사회에서 정치적 판단에 관한 두 가지 상반된 입장이 있음을 지적하십니다. 첫 번째는 정치적인 판단이 진리를 지향해야 한다는 의견이고 두 번째는 정치의 특수성을 고려할 때 정치적 판단의 지향점은 진리가 아닌 합의가 되어야 한다는 의견입니다. 또한, 현재 민주주의 사회에서는 그것의 핵심 정치적 가치인 평등과 인식론적 가치인 진리 사이에 긴장 관계가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마상훈 선생님께서는 이러한 상황 속에서 프래그머티즘의 인식론에 기초한 듀이의 정치 판단에 관한 사상은 정치의 특수성을 도외시하지 않은 채 정치 판단 및 평등의 가치를 진리 개념과 조화시킬 수 있다고 주장하셨습니다. 그 이유는 퍼스와 제임스의 프래그머티즘 사상을 계승하고 발전시켰던 듀이는 진리의 절대적인 성격을 부정하고 오류 가능하며 사회적으로 구성된 진리 개념을 주창하였기 때문이라고 지적하셨습니다. 절대적이지 않으면서도 객관적인 진리 개념을 제시함으로써 듀이가 정치 판단과 진리와 평등의 관계에 관해 현대 사회에 조화롭고 창의적인 제삼의 길을 제공하고 있음을 강조하셨습니다.
이어진 토론에서는 이현미(훗카이도대) 선생님과 홍철기(통일연구원) 선생님께서 수고해 주셨습니다. 먼저 이현미 선생님께서는 국문학과 역사학 내에서의 혁명 담론 연구로부터 동일한 주제에 관한 정치학 내의 연구가 어떻게 차별화될 수 있는지 고민해 볼 것을 제안하셨습니다. 또한, 변성호 선생님의 논문에서 중요한 자료로 사용되고 있는 <새벽>의 배경에 대해 더욱 상세한 설명이 필요할 것 같다는 의견을 표현해 주시고 논문에서 등장하는 ‘선의의 독재자’ 개념이 홍철기 선생님께서 이전 논문에서 제시하셨던 자유민주주의 개념에서의 좌파 독재/우파 독재와 어떻게 연관 지어질 수 있는지 궁금하시다고 말씀해 주셨습니다. 이후 마상훈 선생님의 논문에 관한 토론을 맡으셨던 홍철기 선생님께서는 듀이의 ‘민주만능주의’를 이전 프래그머티즘과의 관계보다는 “19세기 말과 20세기 초의 자유주의 사상과 이념의 역사의 맥락, 그리고 특히 듀이가 살았던 당대 미국의 정치사에 대한 듀이의 견해 등과의 관계”를 통해 설명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고 말씀해 주셨습니다. 또한, 듀이의 민주주의적 프래그머티즘에 대한 이러한 맥락화가 그에 대한 다양한 비판을 더욱 설득력 있게 반박하는 데에 도움일 될 것이라고 덧붙여 설명해 주셨습니다. 이현미, 홍철기 선생님들의 토론 후 플로어에서는 다양한 질문과 의견이 제시되었는데 그 과정에서 변성호 선생님께서는 우리나라 현대사 내 방어적 민주주의와 군사 독재(우파 독재)의 연관성을 시사하시기도 하였고 마상훈 선생님께서는 듀이와 다원주의 및 교육적 낙관론과의 관계에 관해 설명을 하시기도 하였습니다.
학회 이후 이어진 저녁 만찬은 동국대학교 근처 족발집에서 반갑고 즐거운 대화 속에서 화기애애한 분위기로 진행되었습니다. 그리고 만찬 이후에는 야외 찻집에서 각종 음료와 함께 선선한 날씨를 즐기며 다양한 주제로 늦은 시각까지 함께 담소하였습니다. 새 학기의 첫 정기학술회의를 성공적으로 이끌어주신 박성우 회장님 그리고 집행부의 선생님들 그리고 발표자와 토론자 선생님들을 포함한 참석 해주신 모든 분에게 깊이 감사드린다는 말씀을 전해 드리고 싶습니다. 앞으로도 계속해서 사상학회가 번창하고 아름다운 모임을 지속하리라는 점을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9월 학술회의 사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