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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회게시판

제목

2009 10 19, 추계학술회의 후기

작성자
관리자
작성일
2009.09.30
첨부파일0
조회수
999
내용
회원 여러분께

여러분, 안녕하신지요?
어언듯 단풍이 지고 하늘은 푸른 계절입니다.

며칠전 저녁 먹으러 가는데, 청소부 아저씨가 빗자루로 나무를 막 후려치고 계시더군요.
무술 연습을 하고 계신 것이 아니라, ^^*
계속 떨어지는 나뭇잎이 넘 미우셔서 ....
나무가 불쌍합니다.
하지만, 저도 군대 있을 때는 하염없이 내리는 눈이 미워서 허공에다 빗자루께나 휘둘렀습니다. ^^*

지난 9월 19일, 서울대에서 열렸던 추계학술대회 정황을 궁금해 하시는 분들이 많아서 글을 올립니다.
전 일이 없는 게 요순의 정치라고 생각해서, 가능하면 번거롭게 메일을 드리지 않으려고 했습니다.

학술대회는 아주 성황이었습니다.
하늘도 청명하고 가을바람 서늘한 토요일 오후에 무려 43분이나 참석하셨습니다.
양승태, 김주성 선생님을 비롯하여 원로 선생님들도 많이 오셨고, 새로 오신 분들도 많았습니다.
잘 아시는 바처럼, 10년전 저희 학회를 창립하셨던 선생님들이 이미 학계의 원로가 되셨고,
그 사이 젊은 연구자들이 많이 들어오셔서,
저희 학회는 바야흐로 신구가 바뀌는 시점입니다.
그런 연유로, 이 날아 바로 저희가 바라는 그런 날이지 않았나 생각해 봅니다.

주제는 공지한대로, <새로운 세기의 시대정신: 팍스 아메리카나 이후>....
이라크 전쟁과 금융금황으로 미국의 세계적인 리더십이 흔들리는 가운데, 새로운 세기의 시대정신은 무엇이고, 우리는 어디로 가는 것인가를 정치철학적으로 성찰해 보는 자리였습니다.
그동안 저희 이야기가 다소 고답적이었다면, 이날의 주제는 매우 신선하고 뜨거웠습니다.
박동천, 김남국 선생님을 비롯 총 9분의 발표가 있었습니다.

이날 이야기 중에 제 개인적으로 인상 깊었던 말들을 생각해 보면,

1. 서병훈 (토론자): "식민주의에 대한 밀의 태도를 박동천 선생님이 너무 보편주의적인 것으로 수용하는 것은 아니냐, 평소 까칠한 박 쌤의 스타일대로 좀 터프하게 다룰 수는 없느냐?"
박동천 (발표자): "밀이 보편주의라는 말은 그가 모든 사람들이 동의하는 이론을 제시했다기 보다, 영국인이나 인도인으로 사고하지 않았다는 뜻이다."
* 박동천 샘이 뉴질랜드 갔다 오셔서 수염 기르고 도사 같은 풍모로 변신하신 것은 다 아는 사실입니다만, 그게 겉멋 든 게 아니라 사상적 변신의 산물이라는 걸 그날 확인했습니다. ^^*
저희 학회의 연조가 깊어지면서 공력도 한층 심후해지는 듯 합니다.
최정운 샘께서는 태극권을 오래 연달하셨는데, 아직 공중부양만은 못하신다는 ... ^^*

2. 홍태영 (발표자): "유토피아를 포함하지 않는 세계지도는 쳐다 볼 가치가 없다."(오스카 와일드)
최순영 (토론자): "희망이 있는 한 절망을 피할 수 없다."
* 누가 서구에만 니체가 있다고 말했습니까?
최순영 샘의 말은 한 번쯤은 세상의 저 끝까지 가본 사람만이 할 수 있는 코멘트가 아니었나 생각해 봅니다.
최 샘, 앞으로 사상의 공력이 기대됩니다.

학술회의의 전체 기조는 김남국, "유럽의 새로운 역할: 규범적 리더, 또는 현실적 타협자?"에 잘 나타나 있지 않나 생각해 봅니다.
그 요지는 그동안 civil power, military power가 국제사회에서 주도적인 영향력을 행사해 온 반면, 최근 유럽은 normative power를 새로운 대안으로 제시하고 실천하고자 한다는 점입니다.
그것은 어떤 의미에서 힘에 의한 미국의 일방주의적 헤게모니와 대비된다는 것이고요.
규범적이고 부드러운 힘에 의한 평화, 그리고 정의는 인류의 희망이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강상규 샘의 '가재'론, 아주 재밌었습니다.
박주원 샘도 아주 인상깊었던 듯, 여러 번 말씀하셨습니다.
가재는 어떻게 껍질을 벗을 수 있을까?
이건 아주 쉬운 문제같은데, 실은 껍질 속에 든 가재가 껍질보다 더 큰 가재이기 땜에 하나의 모순이라는....
그 해답은 속껍질이 말랑말랑하다는 것이고, 일단 겉껍질을 벗은 다음은 속껍질이 부풀어 오른다고 합니다.
싱겁죠? ^^*
강 샘은 이걸 전환기의 위기를 어떻게 헤쳐나갈까, 그런 지혜를 설명하기 위해 가져왔습니다.
정치학 공부하는 분이 이런 생물학까지 .... 놀랍습니다.

그러고 보니, 최근 이삼성 샘의 역저 <동아시아의 전쟁과 평화>에서도 비슷한 말씀이 있었습니다.
우리나라가 중국과 사대관계 맺으면서 오랫동안 평화를 지켜 온 요인 중 하나가 중화주의에의 '이념적 동화'라는 건데요,
한미동맹에서도 똑같다고 ....
가치동맹 같은 게 그런 거겠죠.
그 반면, 다른 아시아 제국은 대중국관계를 안보레짐으로 보았을 뿐, 이념적 동화는 없었다고 합니다.
이념적 동화는 평화시는 좋은 데, 제3자가 등장해서 이 틀을 깰 때가 문제입니다.
현실이 이념화되어 있기 때문에 유연하게 보지 못하고 딱딱하게 대응하는 거죠.
병자호란 때의 척화파나, 한말 위정척사파처럼 ....

이래저래 풍성한 정신의 향연이었습니다.
최순영 샘이 "역사의 과잉은 사람들을 위험하게 한다"는 니체의 말을 인용하셨습니다만,
저희도 "정신의 과잉은 사람들의 영혼을 위험하게 한다"는 진실쯤은 아는 사상가들. ^^*
이쯤에서 공부는 마치고 술과 밥의 향연을 위해 뒷풀이 장소로 한 달음에....

공부 잘한 날은 술도 달고, 밥도 맛있습니다.
돼지고기 굽고, 2차까지 모두들 흔쾌히 먹고 마셨습니다.
유일한 문제는 저희 학회 곳간이 거의 바닥났다는 .... ㅠㅠ
염치 없지만 금년 회비 미납중인 회원님들은 해 가기 전에 부탁드리겠습니다. ^^*

회비납부통장번호: 우리은행 1005-601-311166 사단법인한국정치사상학회
- 정회원 연회비: 50,000원
- 기관회원 연회비: 100,000원
- 평생회비: 500,000원
- 준회원 연회비: 30,000원


강정인 선생님이 뒤늦게 2차에 나타나셔서 모두의 환호성을 받으셨고요, (... 쌤, 존경합니다.^^*)
윤비(서울대 국제문제연구소), 박혁(동국대) 박사님이 새로 오셨습니다.

해동육룡이 날으샤, 하난 일마다 천복이시니.... (용비어천가 for 전경옥 회장님)

즐거운 추석되시고, 10월 17일 월례발표회 때 뵙겠습니다.

2009년 9월 30일

김영수 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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