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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장인사말

학회장 취임사

회원선생님, 안녕하십니까?
열네 번째 한국정치사상학회장으로 일하게 된 장현근입니다.

우리 학회는 1995년 12월 정치사상연구회로 출발하였습니다. 정치사상을 비경험적 추상의 영역으로 간주하는 한국정치학계의 그릇된 인식을 질타하고, 창조적이고 독창적인 한국정치철학을 확립하여 인문사회과학 제 분야의 통일된 기초를 정립하겠다는 것이 학회의 목표였습니다. 수입학문에 갇힌 엄정하지 못한 한국정치학에 실망하고 있던 젊은 저에게 우리 학회의 설립은 큰 기쁨이었습니다. 지난 스물네 해 동안 학회는 제 삶의 일부였으며, 저는 학회로부터 많은 은혜를 입었습니다. 사랑하므로 학회장으로서 무게가 더욱 새삼스럽습니다.

우리 학회는 1999년 6월 학술지 [정치사상연구] 창간호를 낸 후 오늘까지 한국연구재단 등재지로서 2백 편 가까운 논문을 생산하였고, 한일공동학술회의를 포함하여 2백 번 이상의 학술회의를 개최하였으며, 등록회원이 2백 명이 넘는 큰 학회로 성장하였습니다. 이 모든 성과는 양승태 초대 회장 이하 학회를 이끌어 오신 선배들의 아름다운 실천 덕분입니다. 학문분야의 구분이 별 의미는 없겠습니다만, 동양정치사상을 전공한 村학구로서 저는 학문의 실천성을 중시한 학회의 전통을 되새기면서 그 진지함을 이어가고, 동서양사상의 소통에 앞장서고, 집단토의를 통해 반지성주의를 깨는데 최선의 노력을 기울이고자 합니다.

우리 회원들은 재미없는 책을 끝까지 읽는 참 지성의 선봉입니다. 모두 각자의 영역에서 무엇이 보다 나은 세상인지 보여주기 위해 비판하고, 성찰하고, 대안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우리 회원들은 무엇이 문제인가보다 문제의 본질이 무엇인가에 관심이 많습니다. 그래서 어떤 전공의 어느 분 말씀도 다 진지한 사유를 바탕에 깔고 있습니다. 저는 오직 진지하게 공부한 사람들에 의해 문명이 전진해왔다고 생각합니다. 이 점에서 우리 학회는 한국지성사의 중심에 있다고 자부합니다. 학회는 회원들이 묵묵히 제 길을 걷는 데 곁에서 지켜주고 도와주는 역할을 해야 합니다. 시대조류에 흔들리지 않고, 결과의 호불호를 떠나 회원 모두가 학문적 성취를 이룰 수 있도록 열심히 돕겠습니다.

동서양사상의 소통과 반지성주의 극복은 프로젝트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정치학 내에서 정치사상의 위상이 갈수록 줄어들고 있으며, 용역이 아니면 학회의 살림살이도 쉽지 않습니다. 하지만 인류의 지성사는 돈의 힘과 정치권력의 단기성에 비해 도덕의 힘과 학문권위의 영원성을 증명해 왔습니다. 저는 모든 지적 탐구가 다 역사적 의미를 갖는다고 생각합니다. 학회 회의장이든 회식자리든 어떠한 간섭도 없이 각자 자신의 주제를 연구하고, 각자의 영역을 자유롭게 말할 수 있는 열린 분위기를 만들어가겠습니다. 누구의 어떤 말이든 존중받는 담론풍토를 만들어보겠습니다.

저는 한 사람의 뛰어남보다 여러 사람의 지혜를 모으는 것이 더 낫다고 생각합니다. 우리 회원들은 자기주장이 분명한 분들입니다. 회원들의 집단토의를 통해 전통과 현실의 조화를 꾀하도록 이끌겠습니다. 『중용』은 擇善固執을 강조합니다. 전임 회장님들이 만들어온 좋은 전통을 고집하는 한편 새로운 변화에의 요구를 적절히 조화시키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정치사상 연구자로서 좋은 정치, 善한 國가를 위한 학문적 성과를 내려면 회원선생님의 날카로운 비판과 냉철한 지혜가 필요합니다. 항상 귀를 씻고 경청하겠습니다.

회원선생님의 건강과 공부의 즐거움, 그리고 잦은 참여를 기원합니다. 감사합니다.

2019년 6월 20일
장현근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