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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회역사자료실

제목

서병훈 회장 취임사

작성자
관리자
작성일
2009.08.13
첨부파일0
조회수
673
내용
몇 년 전 미국에 있을 때 일입니다. 상당히 유명한 어느 자연과학자가 저에게 진지한 표정으로 물어왔습니다. 철학 공부를 왜 하느냐? 사상을 공부하면 얻는 것이 있기라도 하느냐? 연구성과가 곧 가시적 현실 개선으로 이어지는 자연과학을 생각하면, 구름잡는 소리나 하는 정치사상가에게 당연히 던질 법한 질문일겁니다.


이 시대에 사상을 공부해야 할 이유를 찾자면 열 개, 스무 개도 더 될 것입니다만, 저는 딱 한 가지만 내 세울 작정입니다. 사상을 공부하면 세상이 보입니다. 인생살이가 눈에 들어옵니다. 역사와 존재의 본질을 잡을 수 있습니다. 물론 제 연구가 일정 궤도에 올라가면 지지부진한 세상을 바꾸는데 조금은 기여하리라는 확신도 없지 않지만, 당분간은 그런 내색을 하지 않을 겁니다.


그러니 사상 공부에 목숨을 걸지 않을 수 없습니다. 이 세상이 아무리 요동을 쳐도, 듣는 사람 없고 반겨주는 이 없어도, 사상 공부 이상 더 좋은 것이 있을 수 없다고 확신합니다.
묘하게도 한국정치사상학회에는 기이(奇異)한 인간들로 넘쳐납니다. 밥도 안 되고 돈도 안 되는 일에 온 몸을 던져가며 고군분투하는 학자들의 모임이 바로 한국정치사상학회입니다. 다른 것은 몰라도, 인간이 살아가야 할 방향에 관한 한 절대 외통수인 비주류(非主流) 한계인(限界人)들의 집합체가 곧 한국정치사상학회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들 원리주의자, 근본주의자, 곧 탈레반들이 모여 철학을 논구하고 세상을 걱정하며 인간실존에 대한 도전을 획책하는 곳이 한국정치사상학회입니다. 그러면서 사람에 대한 그리움으로 밤샘 통음(痛飮)도 마다않는 열정적 지식인들의 결사체이기도 합니다. 달 없는 밤, 강가에 빈 배 띄워놓고 함께 사상경영(思想競泳)에 나서 보지 않으시렵니까.



2007년 12월
한국정치사상학회 회장
서병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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